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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1도 모른’ 유재석, 하프 연주 이끈 윤혜순 하피스트

코리안심포니 하프수석
MBC TV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참여
하프·클래식·코리안심포니 알렸으면

2020. 02.23(일) 16:43


하프 연주에서 미끄러지듯 여러 줄을 오가는 ‘글리산도’ 연주법이 구사될 때, 청중의 감정은 마천루를 오른다. 그 짧은 찰나가 주는 상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천상의 소리’가 MC 겸 개그맨 유재석 손끝에서 태어나는 순간, 일상은 작은 행복감과 설렘에 물든다. 하프는 그렇게 지상의 악기가 된다.
유재석을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이끈 스승은 윤혜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하프 수석.
지난 17일 오후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윤 수석은 “유재석 씨의 손끝이 둥글둥글하고 살집이 도톰해서 이미 손모양이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잘 잡혀 있었어요. 소리를 너무 잘 냈다”고 흡족해했다.
지난 13일 선보인 유재석 하프연주는 공연계와 방송계를 동시에 들썩였다. 당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한화생명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11시 콘서트’에서 유재석은 베토벤 가곡을 깜짝 연주했다.
유재석은 지휘자 여자경이 지휘봉을 들고 코리안심포니가 연주를 맡은 이날 본 공연이 끝난 뒤 앙코르 무대에 등장했다. 코리안심포니 단원들과 함께 하프로 베토벤의 가곡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당신을 사랑해)를 연주했다.
윤 수석이 퍼스트로 나섰고, 유재석이 세컨드로 도왔다. 다만 방송 촬영을 위해 유재석의 자리가 앞으로 배치됐다. 유재석은 그럴싸한 글리산도 기법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페달도 비교적 능숙하게 사용했다.
손과 발이 47개의 줄과 7개의 페달을 부지런히 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직됐던 공연계에 생기가 돌았다 ‘한국 클래식음악계의 성지’로 통하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스타 대중 음악가도 오르기 힘든, 문턱이 높은 곳이다. 프로 클래식음악 연주자가 아니면 올라가기 힘들다.
예술의전당은 대중친화적인 ‘11시 콘서트’ 공연과 유재석을 통해 공연계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로 용단을 내렸다. 유재석은 “클래식을 1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앞으로 클래식을 더욱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경 지휘자는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이히 리베 디히‘를 골랐다. 하프 연주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유재석을 위해 여 지휘자가 편곡했다. 하프 연주가 돋보일 수 있도록 글리산도 부분을 집중 배치했다.
윤 수석은 “유재석씨가 너무 기억을 잘 해요. 연주 전 같이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어요. 페달을 밟는 부분도 여러 번 확인했고요. 연주 때 저랑 똑같이 책장을 넘겨서 기뻤고 기특했죠”라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사실상 악보를 볼 줄 모르는 보통 사람을 한 달 만에 연주자로 변신시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유재석과 윤 수석이 처음 만난 건 연주회가 열리기 한 달 전. 유재석은 진심으로 어려워하며 “매번 못하겠다”고 했지만 윤 수석은 밀어붙여야만 했다.
모차르트 작은 별 변주곡으로 첫 연습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2~3시간씩 레슨을 했다. 유재석과 윤 수석은 총 3번의 레슨, 오케스트라 무대 리허설를 함께 했다.
이번 유재석 하프 프로젝트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협업하는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성사됐다. TV를 잘 보지 않는 윤 수석은 처음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잘 몰랐다.
윤 수석은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은 코리안심포니 지킴이와 같다. 1985년 지휘자 홍연택이 순수 민간 교향악단으로 창단한 코리안 심포니는 1987년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했다.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탈바꿈,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주회를 소화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 예술의전당 다른 상주단체 공연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한다. 작년 통틀어 138회 공연했고, 윤 수석은 90회 무대를 책임졌다.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윤 수석은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이 악기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이후 하프를 취미로 연주하던 언니가 그녀에게 이 악기를 권유했다. 피아노 덕에 양손 악보를 볼 줄 알았던 윤 수석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선생님은 칭찬 세례를 쏟아부었다. 중학교 2학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하프를 연주했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윤 수석은 1986년 코리아심포니에 입단했다. 2년간 활동하다 퇴단하고, 남편과 함께 유학길에 올라 미국 피바디 음대 석사를 밟기 시작했다. 동기들에게 “귀신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습실에서 살았던 시절이다.
이후 1993년 코리안심포니에 다시 입단, 1년 뒤 수석이 돼 지금까지 코리안심포니의 중심축 역을 맡고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민간으로 시작해서 굉장히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죠. 위기도 몇번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한 곳이 됐다.
윤 수석이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은 코리안심포니가 교향곡뿐만 발레, 오페라도 자주 연주한다는 것이다. 교향곡에서 하프 연주자의 카덴차(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는 많지 않다. 반면, 발레와 오페라에서는 테크닉을 보여줘야 하는 카덴차가 종종 등장한다.
윤 수석 스스로도 연주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14년 제자들과 함께 하프 앙상블 ‘더 하프(The Harp)’를 창단했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방방곡곡 문화 공감’ 등을 통해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 클래식음악 문턱 낮추기에 힘썼다.
편집팀 tdh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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