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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효과 논란 가열… “중산층·고령층 소비엔 오히려 부정적”

현금 지원, 소득·소비 증가와 직결…증세로 재분배 효과까지
중산층·50~60대 소비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효과도 관찰돼

2020. 03.26(목) 16:55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기본소득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장 시장은 “기본소득을 주는 이유는 소비를 늘려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소비 패턴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 되는 곳은 더 잘 되고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무엇이 더 효과적인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시기”라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시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몇 달간 어려운 곳이 버티도록 고용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870억원을 들여 87만명 부천시민에 10만원을 지급하는 것보단 소상공인 2만여곳에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곳이다. 장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고 난 뒤 경기도는 부천시와 같이 기본소득 정책에 반대하는 시·군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 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천시는 빠른 지급과 그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발을 뺐다.
법인세 감면과 같은 간접 지원과 달리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처분소득과 소비 증가로 직결돼 경제 회복에 유용하다는 것이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의 논리다. 기본소득의 사상과 이론, 관련 정책 등을 연구해 온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1997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체제는 고용의 불안정성, 금융 시장을 통한 분배의 불균형 등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는 양극화 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진다면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진희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계 급여의 확대가 가계 이전지출의 승수효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득 하위 80% 가구에 지급하는 생계급여(정부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에 매월 지급하는 돈)가 2배로 늘어났을 때 수급 가구의 한계소비성향이 늘어나면서 총수요가 확대되는 효과가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에 대한 승수효과(재정지출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 효과를 측정한 지표)는 1분기 이내에 0.224에서 0.233으로 유의하게 늘어났다.
무작정 현금을 살포하는 방안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기본소득에 대해 일관되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정책은 엇박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재차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대규모 부양책보다는 방역·마스크 대책과 함께 재정·세제·금융 패키지, 지역 경제 회복 지원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정책들이 전략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지출이 중산층과 고령층 소비를 오히려 감소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원기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가 예산정책연구 제9권 제1호에 기고한 ‘정부 지출이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 소득별, 연령별 이질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면 저소득층(1~2분위)에서 정부 지출은 소비를 최대 0.2~0.4%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산층(3~4분위)의 경우 오히려 0.3~0.5%만큼 감소했다. 고소득층(5분위)에선 유의한 효과가 아예 관찰되지 않았다.
고소득층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조세에 누진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 현재 또는 미래 세금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킨다. 조세의 누진성이 크면 클수록 고소득층에서 이러한 세금 부담이 커진다. 한국의 경우 조세 누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어서 소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재정 지출의 소비 진작 효과는 연령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30대 혹은 그 이하에서 소비 증가 효과는 최대 0.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40대에선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50대에선 되레 최대 0.45%까지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는 6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데다 기대 수명이 길어 소비 대신 저축을 택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해졌다.
기본소득에 준하는 방식의 생계 지원 방안은 다음주 초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전 국민에 현금을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취약계층에 우선적·한시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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