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가계신용)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가계신용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연간 증가폭은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분기별로도 오름폭이 축소됐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론의 공급속도 조절과 주택담보대출 수요 축소 영향이 작용했다고 봤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카드사,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조8000억원 늘며 2022년 증가폭(4조6000억원)보다 확대됐다. 다만 가계신용 증가폭은 2003년(7조3000억원)과 2022년(4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3분기말에 비해 8조원 증가했다. 3분기 연속 증가세지만, 전분기에 비해 증가폭(17조원)이 축소됐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8조8000억원 늘며 증감률은 1.0%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대출은 직전년도(1749조8000억원)에 비해 18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가계대출이 감소한 2022년(-7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연간 기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3분기말(1761조7000억원) 대비 6조5000억원 증가한176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분기 증가폭 (14조4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상품별로 보면 주담대 잔액은 전분기보다 15조2000억원 증가한 106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폭은 전분기(17조3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3분기 2조9000억원 감소에서 4분기 8조7000억원 감소로 9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증권사 신용공여액 감소 등에 따른 영향이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정부의 가계 대출 관리 강화 조치와 정책 금융 영향이 줄어든 데 기인한다”면서 “주담대 증가 규모도 금융기관 전체로 봤을 때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실시된 신생아 특례대출도 현재까지 대환 수요가 주를 이루고 있어 가계빚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은 주담대 취급이 늘면서 3분기 10조원에서 4분기에는 11조4000억원 증가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4조8000억원 감소에서 5조8000억원 감소로 내림폭이 확대됐다.
기타금융기관은 정책모기지 공급 속도 둔화에 증권사 대출이 감소로 전환하면서 9조2000억원 증가에서 1조원 증가로 확대폭이 축소됐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 이용규모 확대에 따라 여신전문기관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1년 전보다는 4000억원 늘었다.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은 지난해 3분기 186조9000억원에서 4분기 189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명준성 기자 myungjp2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