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시민안전: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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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2(수) 17:04
칼럼
중대재해처벌법과 시민안전: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서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 입력 : 2024. 06.09(일) 16:18
해가 바뀌고 새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지난 것 같지 않은데, 어느덧 해가 길어지고 학생들의 옷이 얇아지는 것을 보니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이와 인생 속도가 비례한다는 말이 점점 와닿는 것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 덥고 많은 비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보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문득 작년 여름 폭우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떠오른다. 작년 7월에 오송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은 폭우로 인해 인근 강의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인해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되어 무고한 시민 1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 책임자들의 책임 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 소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에 있으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1호의 중대시민재해 사건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삶의 이면에는 여러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로 인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 이러한 재해들은 단순한 사고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재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를 크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각 재해와 관련한 이해관계인들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및 처벌 사항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일정 기준 이상의 사망자나 부상자를 발생시킨 재해를 뜻한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재해로, 근로자들이 작업이나 업무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중대재해와 유사하지만, 사망자나 부상자의 기준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처벌의 대상 및 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자들은 법에 명시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재해를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참사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 중대시민재해는 제조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의 이용자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경우를 포함하며, 이로 인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직접적인 법적 의무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일반도로’는 법적 범주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는 곧 중대재해법이 규정하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 강연 등 인접 장소에도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함을 보여주는 예이며, 향후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시민재해를 장소 개념으로 묶다 보니 법 적용이 제한적이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질서유지와 예측 가능한 안전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병력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중대재해법을 적용함에 있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중대재해법상 시민재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안전법에서 안전 대책이나 의무를 추상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 명확히 하고 관련 대책을 세우지 못했을 때 책임을 묻도록 하는 등 촘촘한 보완이 시급하다.
중대재해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위험과 안전의 경계에서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협력과 예방을 통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재해 없는 안전한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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